Barbarossa

나의 사인은 소름사....

다행인건 항상의 나와 주위의 포텐들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다가도 이따금 이런 폭발력을 위한 힘을 갖추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땐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마구 뒤섞인 내 친구들이 큰 도움이 되곤한다. 오늘도 기꺼워 마지않는 그 친구들을 볼 생각에 마음이 벌써 뛴다.

우린 오늘 또 어떤 문장을 자아낼까. 어떤 진심을 보이고 어떤 후회섞인고백을 하며 어떤 이상을 겨룰까.

6.12.

'오늘은 어제와 같은 하루고, 내일은 오늘과 같은 하루일 뿐이지.'

낙엽이지고 새순이돋고 파릇과푸릇을넘어 다시 빠알개지는 단풍. 시간이 되어 쏴아 밀려들어오고 다시 언제그랬냐는듯 먹먹한 개펄만 두고 가는 바다. 차오르고 쪼그라드는 달이, 그래서 달이 좋았던것 같다.

막연히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을땐 담배하나와 종이컵믹스커피 한잔이 딱이었다. 그 끝이 있는 두 소비재는 내 쉼도 끝이라고, 어서 그만쉬고 이제들어가라고 나를 다그치기일쑤다. 쉬는것도 자연스럽지 않은걸까.

신기한건 시간이라. 시간이 가잖아. 오후 아홉시. 새벽 두시. 아침 일곱시. 그리고 또 오후 아홉시. 작년에도 유월이 있었고 올해도 유월이 왔다. 시간은 계속가는데 다시 돌아오기도한다. 그 시간에 얹혀서 단풍도 바닷물도 달도 제모양을 가꾼다.

나도 그렇게 살고싶다.
떠나는게 무서워 되돌아오는게아닌, 응당 돌아오기엔 돌아올수밖에없는 삶이되고싶고 사람이 되고싶다.

6.20.

회기를 떠나 집으로 간다. 
다른생각 다 접고 지친다. 피로가 쌓였나보다 뭘했다고.
자탄풍노래는 달달히 감미로웁게 흐르는데
지금 나는 너무 날카롭다. 그래서 가까이가기 어려웠고 그래서 겉만도나보다.

팍팍하다.

6.23.

볼간단히 차도 땀이 비오듯 오니 몸이 불었구나 다시 깨친다. 그나마 저녁무렵 선선해진 날에 초딩된마냥 볼좀 차고 잔뜩젖은 몸으로 세븐일레븐에 음료수하나. 걸프시킬뻔.

샤워해 깨운해진 몸으로 간단히 마트서 장을 보고 작은 상 주위에 둘러 앉았다. 친구의 전여친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보내왔다더라. 말랑거릴듯 말듯 나까지 기분이 이상해지는것이 해가 진 회기 한구석방을 찬찬히 젖어들게 한다.

70년대 대히트곡이었던 베트남 노래부터 잘 모르는 인디노래에 이수의 레퀴엠까지 돌리고 나니 뽀송하던기운에서 그 옛날 추억거리들이 하나하나 나온다. 이별노래는 왜 다 들어맞는건지 왜 다 다른 사정으로 만나고 헤어진건데 그 직후의 감정은 다 같은지.

Feat. 찬, 동훈남

6.27.

틈이있었다. 메워지지않는 틈은 늘 있었다.

고통스럽게도, 틈의 존재를 부정하면- 그 비어버린 것은 보이지 않아 세면실 레고를 모르고 밟은 맨발마냥 아팠다. 나는 이제 레고가 집에 더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젠고 밟지 않을까하는 겁을 지닌채로 다녀야했다.

다시 고통스럽게도, 틈의 존재를 인정하니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허탈하고 멍한것이 바람없이 쨍쨍한 여름의 오후에도 왠지모를 한기를 느끼고있었다. 텅빈 열람실에서는 26도의 에어컨도 춥다.

지난 육개월이 괴담으로 남을지 미담의 전초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오늘은 이를 구분짓기위한 하나의 진한 쉼표였길 바란다. 무위로 가득찬 유의한 오늘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이거저거 삶의 목적이나 가장 큰 가치들을 포기하게 된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징징대지마라, 우리땐 더했다 등의 억압적인 기성세대 말들을 비롯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누구나 겪는 시기이다 등의 들으나 마나하는 말들까지. 이 모든 리액션은 부차적인 일이다. 당장 우리는 눈앞의 현실에서 나도 모르는새에 내려놓는 짐들이 나의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단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우리가 뭉쳐서 바꿔야한다.
따위의 말도 어느정도 이제는 흘리곤 만다. 분명 문제의식도 같이하고 연대로 힘을 써야하는 것도 맞지만 그들은 우리의 일상을 내려놓고 동참하라 하기 때문이다.(격한 일부) 하지만 그렇게 내려놓은 일상이 또 포기했던 지난 보물과 다르다면? 기실 그 상처나고 가시박힌 일상조차 나를 구성하고 나를 지지한 역사인데?

청년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구호는 변함없지만, 아직도 그 청년들의 산실이라 볼 수 있는 대학에서는 그 기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한번은 이랬다. 한 교양과목이었는데, 주어진 텍스트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암기를 잘 못하지만)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렇게 얻은 학점과 졸업게이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회학을 (조금이나마)배우면서 좋았던 점은, 교수님들이 우리에게 생각의 틀을 키울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셨다는 점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되거나 놓인 상황의 역사성을 고민할 수 있는 점? 아무래도 좋다. 격하게 표현하면 잘 깐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이후의 삶은, 이유야 어찌되었건 고학점에 고학력을 요구한다. 이젠 고학벌을 넘어 고스펙, 고외모를 바란다.(특히 은행권은 그렇다고 들었다.) 결국 대학이후의 삶도 이미 형성된 하나의 모델에서 얼마나 덜까이고 시작할 수 있느냐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 죽음의 게임을 벗어나려면 한발치 물러나서 여유있게 바라보아야 하는데, 실상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업이 나를 채용한다면 분명 반품하고 싶은 물건일거다. 퍼포먼스는 나쁘지 않은데, 뭔가 작동하고 조작하기가 어렵단 말이야. 포장보단 능력이라고해서 채용했는데, 이건 뭐 아무래도 보기가 거북시려. 에헤? 눈 좀만 돌려보니-혹은 하반기를바라보니- 더 나은 퍼포먼스와 외양이 있잖아? 너 반품 ㅇㅇ 이럴것만 같다. 

브랜드 하나 믿고 사기엔 이젠 소비자도 영리하다.

결국 자아실현의 꿈은 고사하고 돈벌수단으로 직업을 갖기도 쉽지 않아진거다. 그리고 그게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문제를 가져오게 되고, 책임질건 내몸뚱아리 하나로 점찍어진다. 나만 챙기면 된다는건 다행일까 불행일까. 다시 돌아가 삼포로 연결되는 미친순환의 논리이다.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너는 결혼할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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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교수

지금 돌이켜보면 도대체 왜 샀을지 모를 물건 상품평

장가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