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전선의하나님_가나
Studying/etc.. 2015. 4. 28. 09:324월16일
신과 교제하지 않는 사람과 나의 신 이야기를 하는게 가장 재밌다. 어젯밤에 그 재밌는 시간을 보내다 문득 왜 제도권 교회에서 '전지'와 '전능'은 자유롭게 쓰면서 '전선'은 회피하는가 궁금해졌다. 물론 신실하신 하나님, 선하신 우리 주님, 이런 고백은 하지만 교회 안에서 '전선하신 하나님' 이런 표현을 들어본 적 없다.
워딩이 너무 세다. 하나님이 전선하시다기엔 이해할 수 없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세월호가 그렇다. 1년 전 이 날 밤, 나는 엉엉 울며 기도했다. 물에 잠긴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주님은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여전히 믿는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주님은 다 알고 계시며, 남겨진 유족들의 찢어진 마음도 다 아신다고(전지). 지금 당장 말씀 한 마디로 저 바닷속 깊이 잠긴 세월호를 들어올리실 수 있으며, 죽은 아이들도 다시 살리실 수 있다고(전능). 문제는 전선이다. 다 아시면서, 다 하실 수 있으시면서, 왜 가만히 계시나요 주님. 주님 정말 선하시기에 그러고 계시나요?
내가 아는 나의 신은 전선하시다. 내가 만난 나의 신도 그러하고, 내가 믿는 나의 신도 그러하다. 그러면 나는 이 현상과 지식, 현상과 개인적인 경험, 현상과 믿음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나. 지식과 개인적 경험과 믿음을 포기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져 신을 떠난 사람을 여럿 봤다.
다 뜻이 있겠지, 기도합시다. 이런 고백은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자발적인 고백이어야 한다. 교회의, 믿는 제3자의 저런 부추김은 무책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신뢰도 아니다. 합리화다. 그 합리화에 복음과 진리가 무의미해진 것이 인간이 써온 역사다.
(사족이긴 하지만) 어느 박사님께서 성완종이 너무 불쌍하다셨다. 정치인 비리야 하루이틀 아니니까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검찰이 왜하필 성완종을 찍었겠냐는 거다. 성완종은 왜 극단적으로 자살했겠냐고. 몰랐는데, 그는 국민학교 중퇴였단다. 국퇴가 대기업 회장이 되기까지의 인생역고도 말할 것 없지만, 결국 정치인들이 돈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어디서 듣보잡이 와서 돈**한다' 하지 않았겠냐고. 검찰에게도 제일 만만한 사람은 성완종이었다. 자기 사람이라 생각했던 수많은 정치인들이 청와대 지시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며 궁색하게 돌아섰을 때 그가 느낀그 배신감. 그게 결국 자살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게 제일 더럽게 느껴진다고.
이 더러운 나라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이 더러운 세상에 사는 인간에게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다. 그 더러움 속에 뒹굴며 더럽게 살라고 주어진 하루는 아닐테다. 날마다 주어지는 새 날은 인간에게 허락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 더러움을 자각할 기회. 신 앞에 나와 회개할 기회. 신의 뜻을 깨닫고 더러운 세상을 신의 뜻대로 정케 할 기회.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우는 자와 함께 울며, 사탄의 방법과 권세에 맞설 기회.
그 기회를 날마다 새롭게 허락하시는게 내 하나님의 전선이라 믿는다.
잊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억하면서도, 알면서도 뜻대로 살지 않는 수많은 크리스챤이 신의 선함을 매도해 왔다. 선하신 우리 하나님은 오늘 같은 날 비를 내리며 함께 우시는 당신의 마음를 보이셨다. 지금은 그쳤다. 비가 그친 지금부터라도 뜻대로 살고, 행동하고, 함께하는 것이 신의 전선을 매도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